먼저 <종이달> 속 ‘이화’는 저축은행에 입사하며 억눌려있던 자신의 내면을 깨우기 시작한다. 이후 가짜 행복을 좇아 횡령을 시작,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 ‘민재’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 자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 믿는 ‘이화’를 향해 성큼 다가가며 그녀를 뒤흔든다. 반면, 적당히 속물이고 적당히 이해타산적인 인물인 ‘가을’은 돈이 곧 친절이라고 생각하며 화려함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선영’은 왕비 같은 미래를 꿈꾸며 현실을 악착같이 살아간다.
남편들의 캐릭터도 독특하다. ‘이화’의 남편 ‘기현’은 태생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철저하고 꼼꼼하게 계획한다. 반면 ‘제국’은 흔히 이야기하는 남자다움에서 제일 벗어나 있지만, 가장 균형 잡힌 존재감을 갖고 있다. ‘시훈’은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들의 자기 합리화의 집합체다. 불륜이 들키는 것은 전전긍긍하지만 불륜이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떳떳하게 살아간다. 이처럼 <종이달>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욕망을 충실히 따르며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할 예정이다.
#2. 눈과 귀를 사로잡는 다채로운 서스펜스 요소
(사진제공: KT스튜디오지니)
<종이달>은 다채로운 서스펜스를 지니고 있다. 욕망에 내던져진 ‘이화’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가 주는 극의 긴장감 또한 핵심 포인트.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선택과 결과들이 때로는 로맨스, 때로는 스릴러로 변주되며 장르를 넘나든다.
음악 또한 서스펜스에 힘을 싣는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게 만들며 ‘이화’가 느끼는 아련함, 쓸쓸함, 외로움 등 어두운 감정부터 시작해 후반부엔 답답한 현실을 부수고 탈출하는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이화’는 화이트 의상으로 시작해 회가 거듭할수록 자신의 욕망을 반영하는 듯 의상에 색을 입혀간다. ‘가을’은 헤비 쇼퍼 답게 남들이 갖지 못하는 비싼 명품을 척척 입으며 눈을 매료시킨다. 그런 ‘가을’의 의상을 빌려 입는 ‘선영’은 꾸안꾸 스타일의 내추럴함으로 세 친구들은 각기 다른 비주얼을 선보이며 의상으로 각자의 욕망을 드러낸다.